인터뷰-삶을 지속하기 위한 만남

Interview

<삶을 지속하기 위한 만남>

양 진 호
엘카페커피로스터스 대표

우리가 다루는 커피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완성됩니다.

농부가 그린빈 바이어를, 로스터와 바리스타가 소비자를 만납니다.

소비자가 정당한 값어치를 지불하면 소비자는 농부를 만나는 것이고,

산지의 노동자들과 아이들에게 혜택이 전해집니다.

커피를 통한 지속 가능함은 농부나 로스터뿐 아니라 소비자도 참여하는 행위입니다.

그저 잠을 깨우는 커피가 아니라, 삶을 일깨우는 커피인 것이죠.

커피의 중심, 거기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습니다.

인터뷰: 나성은영상: 이희경

farmer

“저는 경험을 공유하는 역할을 하지

농사를 이렇게 지어라, 저렇게 지으라고 하는 건 아니거든요.”

산지의 농부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부분인 거 같아요. 농사짓는 사람이 어떻게 사는가, 이건 농장마다 달라요. 과테말라 엘 사포테 농장은 규모가 큰 편이에요. 농장주가 잘사는 편이고 교육도 잘 받았어요. 그래서 우리가 하는 얘기를 잘 받아들여요. 이렇게 하면 더 좋은 품질이 나오지 않겠냐고 말하면 합리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작은 농장은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우리 할아버지 때부터 이렇게 했는데 왜 바꾸라고 하냐고 하면 딱히 할 말이 없죠. 농사는 농부가 더 잘 지어요. 저는 경험을 공유하는 역할을 하지 농사를 이렇게 지어라, 저렇게 지으라고 하는 건 아니거든요. 다른 데 갔더니 이렇게 하던데 좋아 보이더라, 이 정도의 전달자 역할을 하는 거죠. 큰 농장이 좀 더 실험하기 편한데 농장 일부분에서 한번 테스트해 보고 괜찮으면 전체를 하면 돼요. 작은 농장은 위험부담이 너무 크죠. 그게 한 해를 결정 짓거든요. 무언가를 바꿨을 때 다른 나라처럼 똑같은 현상이 발생하지 않아요. 그래서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건 저도 공감하고, 그러다 보니 조심스럽게 접근하게 돼요. 백 프로 확신하지 못하면 정보 전달까지만 하지 그 이상을 강요하기는 힘들어요.

예를 들면 펄핑할 때 펄핑기를 잘 씻어야 한다거나, 발효 탱크 청소를 잘해야 하고, 시멘트가 노출되지 않게 타일을 바른다든지 방수페인트를 칠하는 게 이물질이 덜 끼고 위생적이어서 조금 더 좋은 품질을 만들기 좋다고 해요. 이렇게 확신하는 부분은 많이 얘기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농부가 새로운 농법이나 가공 방식을 시도할 때 위험 요소가 있으면 말리는 편이에요. 소량만 테스트해 보고 다음 해에 조금 더 해보자고 할 수밖에 없어요. 큰 농장은 한 랏(lot) 정도는 실패해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는데 작은 농장은 한 번 실패하면 진짜 일 년이 너무 힘들거든요.

다양한 농부들을 만나고 계시는데,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미리 일정을 다 짜고 가요. 언제부터 언제까지 가려는데 괜찮냐, 그러면 그쪽 농장에서도 일정을 조절해요. 그 농장에 가는 사람이 저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겹칠 때도 있지만 웬만하면 겹치지 않게, 그리고 한꺼번에 몰리지 않게 일정을 짜고 가요. 보통 제가 연락을 하는데 요즘에는 농장 쪽에서도 연락이 많이 오는 편이에요. 소개서를 이메일로 보내주기도 해요. 최근에는 한국에 방문하는 농장주들도 있어요. 여행 겸 홍보하러 와서 자기네 농장에 놀러 오라고 얘기하고 가고,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요.

그리고 이 바닥이 어찌 보면 되게 좁은 바닥이거든요. 농장을 다니다 보면 전 세계에서 바이어들이 와요. 서로서로 만나서 정보를 공유해요. 이번에 우리가 어디랑 거래했는데 거기 괜찮더라, 어디 갔는데 좋더라 하면서 서로 소개해줘요. 초반에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싶었는데 하다 보면 점점 접촉할 수 있는 포인트가 늘어나면서 편하게 접근할 수 있어요.

cupping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이에요.”

거래하는 과정과 기준이 궁금한데요, 가서 커핑도 해보시고 농장도 둘러보실 텐데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일단 맛있어야 하고요(웃음). 저희가 싸게 구매하는 게 아니다 보니까 품질이 좋지 않은 생두를 비싸게 구매해줄 수는 없어요. 품질은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 중 하나예요. 커핑하다가 너무 맛있어서 이 농장 어디야, 가보자, 이래서 가보는 농장도 있어요. 그리고 떼루아라는 건 무시 못 해요. 농장 가보고 여기가 좋은 품질이 나올 수 있는 농장이냐, 앞으로 품질이 더 좋아질 수 있느냐를 봐요.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이에요. 떼루아가 좋고 운이 좋아서 품질이 좋게 나온 건지, 농부가 의지를 갖추고 앞으로도 품질을 꾸준히 일정 이상 만들어낼 수 있는지는 아무래도 만나서 이야기해 봐야죠. 이 농장주가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고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프로세싱이나 재배를 하고 있는지. 비료를 어떻게 주는지, 가지치기를 어떻게 하는지, 아니면 나무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그런 것들을 농장주하고 계속 얘기해요. 프로세싱할 때 건조를 어떻게 하는지, 이런 것들을 점검하면 어느 정도 기본 윤곽은 나와요. 이 농장의 커피가 80점 이상 꾸준히 나올 수 있는 지가요. 그런 부분만 봐도 어느 정도 판단이 가능해요.

거래가 시작되면 품질이 좋아야 구매를 하긴 하지만 그렇게 했는데도 작황에 따라 품질이 좀 떨어질 때도 있어요. 그럴 때도 저희가 최대한 구매할 수 있는 양만큼은 구매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러면 계속 좋은 품질의 커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진 농부가 엘카페가 거래하는 농부의 기준이 되는 건가요?

그렇죠. 기본 운영방침 중의 하나가 지속가능성인데 다양한 의미가 있어요. 농장에서 농사를 지음으로써 생계가 가능하고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게 서포트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이 농장에서는 지속해서 품질이 나와줘야 해요. 그래야 저희도 저희 소비자한테 배신을 안 하죠. 그 기대를 충족시켜줘야 해요. 농장에서는 품질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유지를 하기 위해서 노력할 필요가 있는 거예요.

farmer

“개간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필요하니까

좀 더 프리미엄을 주고 구매하고 있어요.

그래야 비용적인 부분에서 보상이 되고

농장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품종을 심을 수 있으니까요.”

계속 거래하는 농부들이 있는데, 특별히 협력하는 프로젝트가 있나요?

과테말라 엘 사포테 농장은 저희가 뭔가 얘기를 하고 다음 해에 가면 그게 개선이 되어 있어요. 작년에도 농장주에게 아프리칸베드를 해보는 건 어떠냐고 했더니 올해 만들어서 테스트하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셰이딩이라고 해서 아프리칸베드 위에 그림자를 놓으면 더 좋을 거 같다고 했더니 그것도 올해 비닐하우스 형태로 만들어서 내년에는 거기에서 아프리칸베드를 해보기로 했어요.

또 다른 농장은 니카라과에 있는 라 일루시온(La Ilusion)이라는 농장인데, 여기는 원래 관리가 잘 안 되던 곳이었어요. 그런데 관리인이 농장주한테 자기가 직접 관리할 테니까 다 맡겨달라고 했어요. 거기를 가봤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농장이. 그래서 그 친구하고 같이 작업하고 있어요. 거기가 거의 90% 이상 카티모르라는 품종이 심겨 있는데 그런데도 품질이 되게 좋게 나와요. 그럼 다른 품종을 심었을 때 어떤 맛이 나올지 궁금해서 조금씩 개간하고 있어요. 한꺼번에 새로운 품종을 심으면 생계가 어려워지니까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어요.

그리고 재작년에 ‘예르시(Yersi)’라고 우연히 니카라과의 에스텔리 지역에서 찾은 품종이 있어요. 농장주도 정확한 이력을 모르는데 어쨌든 그 품종이 고도가 1,400m 정도밖에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재스민 노트라든지 맛이 너무 좋게 나오더라고요. 그걸 높은 고도에 심어보자고 얘기하고 라 일루시온에 심기로 했어요. 올해 묘목을 키우고 이식하기로 했어요. 빠르면 3, 4년 이내에 일루시온에서 나온 예르시 품종을 맛볼 거로 생각해요. 그리고 개간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필요하니까 좀 더 프리미엄을 주고 구매하고 있어요. 그래야 비용적인 부분에서 보상이 되고 농장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품종을 심을 수 있으니까요. 예르시라는 품종 말고도 마라카투라, 카투라 정도는 심기로 결정이 나 있는 상태예요. 삼 년 뒤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할 거예요. 장기 프로젝트죠.

일이 개월이 아니라 삼사 년이 걸리는 작업이라 서로 방향성도 맞고 의지가 확실해야 할 수 있는 작업이네요.

어려운 작업인 거 같아요. 한쪽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로 어느 정도 이득이 돼야 하죠. 장기적으로는 분명 좋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들어가다 보니 농장주도 확실한 의지를 갖추고 움직이지 않으면 같이 하기 힘든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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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삶은 어떤가요? 소농은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나요?

사실 농부보다 더 빈곤한 사람들이 피커라고 봐야 할 거예요. 커피 산업을 얘기하다 보면 초창기에는 농부의 삶을 많이 얘기했잖아요. 농부는 그래도 생각보다 괜찮아요. 사실 삶의 개선이 필요한 건 그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예요. 농장주는 한곳에 생활의 터전이 마련되어 있는데 피커들은 커피 수확에 따라 계속 이동해요. 피킹 할 시기에는 농장 오두막 같은 데서 살다가 피킹이 끝나면 이동하는 식이죠. 니카라과의 피커가 코스타리카도 가고 온두라스로 가기도 하고요. 그쪽에서는 경계가 되게 모호하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피커의 삶 개선에 관한 얘기들을 더 많이 하는 편이에요. 식사를 어떤 걸 제공하느냐도 상당히 큰 복지 중에 하나에요. 규모가 큰 농장은 부모가 피킹하는 동안 아이는 교육받을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기도 해요. 작은 농장은 부모님이 피킹을 하러 다니니까 애들도 같이 움직여요. 솔직히 말해서 부모가 가는데 애들이 같이 안 가면 안 되잖아요. 그런 부분은 그 나라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 거 같아요. 농장에 애들이 있는 게 되게 자연스러운 풍경이에요. 일부 사람은 농장에 애들이 있으면 아동 착취라고 생각하는데 농장에 안 데리고 가면 더 큰 문제예요. 애들이 방치되잖아요. 그래서 그런 건 그 나라 시스템이라든지 현실을 보고 얘기할 필요가 있는 거 같아요. 무조건 이게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요. 그리고 애들이 거기서 일하지 않아요. 피커들은 여러 가족이 움직이니까 애들끼리 거기서 놀아요. 애들한테는 농장이 놀이터죠. 장기적으로는 애들이 교육받을 환경이 필요해요. 농장에서도 요즘 많이 노력해요. 특히 스페셜티 생산하는 농가에서는 바이어들이 그런 거에 신경을 쓰니까 농장도 신경 쓰는 편이지만 농장만으로는 안되는 부분이죠. 국가 정부에서도 관여할 필요가 있는 거 같아요.

“삶의 개선이 필요한 건 그 농장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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